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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미디어 리뷰

똑똑한 사람이 잘 사는 건 당연한 걸까 (넷플릭스 3% 후기)

by 림뽀 2020. 9.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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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 상위 3%만 갈 수 있는 꿈의 섬

| 잔인하지만 수능보단 공정한 시험

| "능력주의"에 의문을 제기하다.

 

3% 안에 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아이들, 출처 : Netflix Official Site

 

세상은 멸망했다.

사람은 많고 자원은 부족하다.

그런데 이런 지옥 같은 곳에서 벗어날 방법이 있다.

 

바로, "3%" 안에 드는 것이다.

 

극명하게 구분되는 3%와 97%, 출처 : Netflix Official Site

 

약 100년 전, 똑똑한 사람 두 명이 천국과 같은 섬인 "외해"를 만든다.

 

그들이 처음 외해를 만든 것은 좋은 의도였다.

자신들이 알고 있는 기술로 좋은 환경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베풀고 싶었다.

 

설립자 부부    출처 : Netflix Official Site

 

 

하지만 외해는 모든 사람을 수용할 수 없다.

 

그들은 폭력 없이 가장 공정한 방법으로 사람을 뽑기로 한다.

외해에 더 많이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을 뽑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절차에 참가한 아이들    출처 : Netflix Official Site

 

그렇게 설립자 부부는 상위 3%를 뽑는 "절차"를 만든다.

 

절차는 20세가 되는 해 참가할 수 있으며 지능, 협동심, 결단력 등을 테스트한다.

우리가 소위 말하는 IQ 테스트 위주의 시험이 많다.

 

"절차"는 아이들에게 인생이 걸린 일이다.

"절차"에서 떨어지면 더 나은 세상에 대한 희망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아이들은 교활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먼저 뒷통수를 치고 밟고 올라서는 자가 이긴다.

절차는 잔인하다.

 

왠지 모르게 우리 세상과 비슷하지 않은가? 

 

| 3%의 "절차"는 수능보다 공정하다.

출처 : 중앙일보 이코노미스트

 

무한 경쟁 사회인 대한민국의 학생들은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절차"를 시작한다.

수능 시스템에 최적화된 뇌를 가진 사람들만이 성공할 수 있다고 하기 때문이다.

 

똑똑한 아이들은 성공의 길을 보장받는다.

그렇지 않은 대부분의 아이들은 평균 이하의 삶을 산다.

 

출처 : Max Böhme

어떻게 보면 "외해"가 사람을 선발하는 방식은 지금 우리의 현실보다 공정하다.

 

1. 혈연, 지연에 얽매여 있지 않다.

 

외해 사람들은 "공정성"을 주요 가치로 여긴다.

그래서 외해 사람들은 모두 불임 시술을 받고, 후손을 남기지 않는다.

소위 "금수저"라는 개념이 없다.

 

2. 사교육이 없다.

 

또한, 3%의 내륙 세계는 사교육이 발달하지 않은 것으로 나온다.

지인이 기출 문제를 알려주는 정도이다.

따라서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받을 수 있는 정보의 질이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3%를 시험을 통해 뽑는 것은 이상적인 시스템인 것 같다.

 

자원은 한정적이고 자리는 충분하지 않다.

사회에 더 많이 기여할 수 있는 능력 있는 사람들이 시험으로 가르고, 그들이 누리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닐까?

 

출처 : Netflix Official Site

3%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그들은 절차를 파괴한다.

절차로 인해 사람들은 현실 세상을 발전시키지 못한다.

실낱같은 희망인 절차를 통과하는 데 목을 맨다.

그래서 그들은 절차를 파괴한다.

 

시즌 3에서 자신만의 절차를 만들게 된 주인공 미셸리는 이렇게 말한다.

 

"나도 사람이기 때문에 절차는 완벽할 수 없어."

 

 

| 능력주의의 부작용 (Meritocracy Trap)


우리는 똑똑하고 능력 있는 사람이 잘 살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능력주의 사상능력이 있는 사람이 더 많은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사상이다.

왜냐? 그들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능력있는 사람들만 잘 살게 되는 것이 과연 좋은 일일까.

 

능력주의의 부작용

 

1. 능력주의는 빈부격차를 심화시킨다.

 

똑똑한 1명이 10명의 역할을 대신한다.

그리고 10배의 월급을 받는다.

나머지 9명은 일도, 월급도 없다.

 

2. "이상적인" 직업을 정해버린다.

 

현대 사회에서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직업은 정해져 있다.

엘리트 층에 속하기 위해 그 직업을 가져야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기를 쓰고 IT, 금융권, 법조계에 들어간다.

시험에 목을 매는 것이 3%의 아이들과 똑같다.

 

이상적인 직업을 가지지 않으면 실패한 것으로 취급된다.

그래서 사람들이 자신이 원하는 것이 뭔지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는다.

 

3. 능력주의는 나머지 97%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한다.

 

그리고 점수는 그래야만 한다는 근거를 제공한다.

그래서 가난한 사람을 무시한다. 

"너는 게을러서 가난한거야" 혹은 "넌 멍청해서 가난한거야"라고 생각한다.

그도 그럴 것이 잘난 사람들은 돈을 잘 벌기 때문이다.

(혹은 돈을 잘 버는 사람이 곧 잘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97% 사람들의 불만은 커져만 간다.

 


 

그래서 3%의 주인공들은 "절차"와 "외해"를 파괴한다.

모든 것을 제로 베이스로 맞추고, 공정한 시발점을 만든다.

 

| 하지만 3%도 한계가 있으니.. (스포 있음)

 

3% 시즌 3에서 절차의 불합리성을 꼬집는다.

 

미셸리의 안식처 "조가비"가 파괴된 후, 물자가 부족해 사람을 내보내야 한다.

누구에게나 공평한 공간을 제공하고 싶었지만 상황이 안 좋다.

가장 공정해 보이는 방법인 "절차"를 실행한다.

미셸리의 절차는 실패로 돌아가고 수많은 사람들의 원성을 산다.

미셸리는 절차가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실감한다.

 

그런데 시즌 4의 마지막에서 다시 절차를 통해 리더를 정한다.

 

약식 절차이긴 하지만 기존 절차와 비슷한 테스트이다.

모든 사람들이 가장 똑똑한 사람이 리더가 되는 것에 모두 동의한다.

그리고 머리를 잘 굴린 주인공이 게임에서 이긴다.

 

출처 : Netflix Official Site

 

또 다른 절차로 인해 탄생한 리더가 과연 기존 체제를 대신할 새로운 리더라고 할 수 있는가.

이 드라마가 전달하는 바에 적합한 결말인지 모르겠다.

 

(물론 실질적인 리더가 되지도 않고, 사람들의 의견을 평등하게 듣기로 한다.

그럼에도 마지막 절차가 사실상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계기가 된 것은 맞다.)

 

이건 약간 이런 느낌이다.

재수 없는 짓을 하는 서울대 학생을 그보다 높은 대학의 사람이 망신 주는 이야기.

 

이 사이다 썰들 주의해야. 서울대 학생증을 순서대로 동경대 학생증, 서울대 선배 학생증, 같은 서울대 학생증으로 카운터친 이야기임. 즉 그 이상이거나 최소 대등했을 때 성립 가능한 "통쾌한" 이야기이며 즉 영웅주의 시각임. 지잡대 미만은 여전히짜져야.

 

똑똑한 사람이 세상을 다시 지배하는 것은 좋은 결말이 아니었다.

능력주의 체제 1을 무너뜨리고 능력주의 체제 2를 세운 느낌이다.

 

더군다나 주인공들은 절차를 통과하거나 절차를 통과하기 직전까지 간 브레인들이다.

 

이들은 "똑똑하기 때문에" 외해 사람들을 물리친다.

머리를 굴리고 기술을 사용해 외해와 절차를 파괴한다.

이건 능력주의에 힘을 실어주는 이야기가 아닐까?

 

넷플릭스 3%는 능력주의를 비판하는 것에서 시작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마지막 시리즈까지 그 힘을 유지하지 못했다.

 

| 추신: 비슷한 콘텐츠로는 이런 것도 있어요.

 

영화 헝거게임 시리즈

-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들의 놀잇감이 된 시대.

- 선출당한 젊은이들은 서로가 서로를 죽여야 한다.

- 마지막 살아남은 사람은 부자들의 세계에 편입될 수 있다.

 

넷플릭스 블랙미러 시즌 1 - 핫 샷

- 부자와 노동자로 분리된 세계.

-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가해서 심사에 통과해야지만 부자가 될 수 있다.

- 오디션 프로그램에 얼떨결에 통과한 남자가 불합리한 시스템에 가졌던 분노는 사그라든 채 안주한다.


 

이상 넷플릭스 3% 드라마 리뷰를 마치겠다.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해 준 좋은 작품이다.

 

주인공, 악역, 배신자 모두 여성 캐릭터가 맡는 것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끝-



참고한 글과 영상: 

https://www.mk.co.kr/opinion/contributors/view/2008/12/777294/

https://m.pressian.com/m/pages/articles/165656?no=165656#0DKW

https://namu.wiki/w/%EB%8A%A5%EB%A0%A5%EC%A3%BC%EC%9D%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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