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생각창고/☀️ 일상의 생각

나는 어떤 사람인가

by 림뽀 2023. 6. 3.
반응형

내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생각하고 싶었다. 내가 나를 알아야 올바른 길을 결정할 수 있을 것 같아서이다. 일기에는 여러 번 적었는데, 적었던 내용을 블로그에 정리해서 올린 적은 없었다.
 
지난주에는 연휴가 있어서 혼자 생각할 시간이 있었다. 나의 어린 시절 사진과 일기장을 훑었다. 초등학교 1학년 일기부터 고등학교 3학년 때 플래너까지 모두 읽었다. 어릴 때 내 생각을 보면 내가 기질적으로 어떤 사람인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12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나의 생각을 (적어도 일기의 주제를) 관통하는 몇 가지 특성이 있다.
 


1. 욕심이 많다.
- 뭐든 잘하고 싶어한다. 특히 사람들의 인정을 받기 좋은 일 (공부, 체육 등).
- 인정 욕구가 높다. "높은 사람의 인정"의 현신인 "상"을 너무 좋아한다. 
- 질투심이 많다. 내가 원하는 상을 다른 친구가 받았을 때 질투를 느끼고 그 감정을 일기에 고스란히 내려놨다.
- 실패를 두려워한다. 나에게 인정이 중요하다 보니 실패를 너무 고통스럽게 느꼈다.

나는 어릴 때 공부에 대한 감정이 긍정적이지 않았다. 공부를 하지 않으면 엄마가 혼내서 무섭다는 일기도 보이고, 공부를 하루종일 하지 않았을 때 죄책감을 느끼는 일기도 많다. 그럼에도 꾸준히 공부를 하고 나름대로 좋은 성과를 냈던 동력에는 인정 욕구와 질투심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왜 그리 인정 받고 싶어 할까? 있는 그대로 사랑받을 수 없다고 생각해서가 아니다. 인정받을 때의 쾌감(성취감)이 좋아서다. 인정이 나에게 너무 큰 보상이었다. 
 
실패를 두려워하는 모습이 안타깝다. 실패에 그렇게 호들갑을 떨 필요가 없는데. 사람이 언제나 좋은 성과를 낼 수는 없으며 많은 시도를 통해 성공 확률을 높여나갈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게다가 꼭 성공할 필요도 없다. 사람은 실패하는 과정에서 배운다. 실패할까 봐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보다 실패해도 되니까 계속 시도해야 comfort zone을 벗어날 수 있다. 이 말은 현재의 나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솔직히 아직도 실패가 무섭고 창피하다. 그래도 꾸준히 도전할 것이다. 편안함에 갇힌 사람이 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2. 솔직하다.
- 초등학교 때에는 선생님이 일기를 검사했는데, 나는 굴하지 않고 일기에 별 말을 다했다.
- 아빠가 엄마에게 생일 선물로 팬티를 줬다는 얘기부터, 실수로 달팽이를 죽였을 때 울면서 쓴 사과문까지 있다.
- 사춘기가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일기에 좋아하는 남자애들 얘기가 끊이지 않는다.
- 심지어는 누가 너무 싫다는, 감정이 격앙된 일기도 있다. 
 
어릴 때 부모님이 내 일기를 훔쳐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엄마한테 내 일기 좀 그만 읽으라는 일기도 있다. 그런데도 일기에 모든 것을 쓰지 않고는 못 배겼다. 암호 코드까지 만들어가면서 어떻게든 비밀 얘기를 썼다.
 
그러나 성인이 된 후에는 어릴 때만큼 솔직하게 쓰지 않는다. 다른 사람이 내 일기를 볼 수 있단 사실이 기록을 필터링하는 데 큰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커다란 감정을 느낄 때에는 이에 관해 꼭 써야 하는 날이 있었다. 각 인생의 단계에서 나에게 큰일이 생겼을 때 나는 다른 사람과 공유하지 않는 편이다. 내가 그 사건을 희화화할 수 있게 될 때까지 혼자 생각하고 흘려보낸다. 친구들에겐 웃으며 말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렸다 짧게 얘기하는 편이다. 생각을 흘려보내기 위해 생각을 기록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기록은 오히려 생각을 붙잡아두는 것이 아닌가 싶지만, 기록할 때 생각과 감정이 더 잘 흘러가기도 한다.
 

달팽이야 미안해 일기


3. 창작을 좋아한다.
- 나이에 비해 생각을 글로 깔끔하게 전개하는 편이다. 다른 친구들에 비해 일기 쓰기를 많이 귀찮아하진 않은 모양이다. 선생님들이 일기를 잘 쓴다고 칭찬해 주셔서 그런 것 같다. 
- 초등학교 3~4학년 때부터는 컴퓨터와 프린터기의 매력에 빠졌다. 워드인가 한글인가를 쓰는 방법을 배운 다음부터는 일기를 손으로 쓰지 않았다. 워드로 쓴 다음 프린트하거나, 컴퓨터로 그림을 그려서 붙였다. 컴퓨터로 만화 포맷을 프린트한 다음 손으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기도 했다. 
- 친구들과 교환 일기, 교환 소설도 썼다. 지금 보면 말도 안 되는 소설인데, 당시에는 굉장히 재밌었던 기억이 있다. 두 친구가 모두 나 같이 창작하기를 좋아하고 그림을 잘 그리는 친구들이었다.
-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창작은 zero to one 보다는 one to 100이다. 소설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더라도 나의 삶을 반영해야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다. 조금이라도 경험하지 않는 것을 완전한 상상으로 만들어 내는 것은 잘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지옥을 상상해서 그리는 것은 잘못한다. 그보단 나의 이빨이 빠지는 과정을 순서대로 그리는 것을 잘할 수 있다. (초등학교 때 일기를 보면 유치가 빠지는 과정에 관심이 많아서 나의 이빨 현황을 자세하게 그려 설명한 적이 많다.) 혹은 이 글처럼 나 자신을 분석하거나 일기를 쓰는 것을 잘할 수 있다. 현실과 완전히 동떨어진 일보단 현실에 가까운 일에 관심이 많다.
 
창의적인 마음이 아직 남아있다. 어릴 때는 끈기와 완성도가 낮았다. 완성도를 높이는, 꾸준히 하는 힘은 취업을 하고나서 배웠다. 그러니 나에게 내재된 창의성과 새로이 배운 끈기 및 완성도를 합치면 내가 어릴 때 진짜 되고 싶었던 사람, 하고 싶었던 일을 하는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상을 받지 못해 분한 마음을 쓴 만화 일기

 

+첨언: 나는 무엇에서 즐거움을 얻는 사람인가? (from 정재승 박사님의 "열두 발자국")

나는 한쪽으로 치우지지 않는 사람인 것 같다. 모든 항목이 반반에 가깝다.

 

1) 혼자 노는 게 즐거운지, 함께 노는 게 즐거운지? (60:40)

- 혼자 노는 게 조금 더 즐겁다. 사람들과 함께 노는 것도 좋다. 혼자 놀 때보다 신경 쓸 게 많아서 에너지 소모가 더 클 뿐. 에너지 소모를 많이 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과 놀 때는 혼자 있는 것보다 즐겁다. 

- 재택근무가 줄면서 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었다. 그것 나름대로의 재미가 분명 있다.

 

2) 현실에서 놀 때 즐거운지, 온라인상에서 놀 때 즐거운지? (45:55)

- 둘 다 좋은데, 온라인에서 자유도가 더 크다는 장점을 무시할 수 없다.

- 새로운 정보를 좋아하고, 정보를 원하는 방식으로 가공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온라인이 조금 더 재미있는 것 같다.

 

3) 나는 몸을 움직이면서 노는 사람인지, 두뇌의 유희를 즐기는 사람인지? (50:50)

- 이건 진짜 반반이다. 어릴 때부터 그랬다. 운동도 좋아하고 책 읽는 것도 좋아한다.

 

4) 이성적인지, 감성적인지? (50:50)

- 감성적인 친구들은 나에게 이성적이라고 한다. (are you T?)

- 그런데 우리가 이성적이라고 생각하는 결정조차 즉각적인 감정의 반응의 결과라는 말에 십분 공감하기 때문에 50:50을 주었다.

 

"'나는 무슨 일을 하며 살아야 할까?'라는 질문에 대답하려면, 내 즐거움의 원천인 놀이 시간을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나는 쉬는 시간에 무엇을 하고 지내냐면, 주 2~3회 풋살을 하고, 주 1회 헬스를 하고, 주 1~2회 산책을 한다. 주 2~3회 일기를 쓰고 월 2회 블로그 글을 쓴다. 주 2~3일 정도는 책을 꼭 읽는다. 주중에는 이동하면서 유튜브를 시청한다. 시청하는 영상은 주로 축구, 풋살, 춤, 웃긴 영상이다. 몸을 움직이는 것 좋아하고, 다른 사람이 움직이는 걸 보는 것도 좋아한다.

 

이런 나의 취미를 어떻게 일에 반영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선 조금 더 생각할 필요가 있다. 천천히 그렇지만 깊이 생각해 보자.

 

"열두 발자국" - 정재승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