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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하는 여자들의 글을 좋아합니다. 어릴 때 새겨진 "운동은 여자의 것이 아니다"라는 고정관념 때문일까요. 운동하는 남자에 비해 운동하는 여자는 적습니다. 여자들이 (특히 미의 관점에서 벗어나) 운동에 관해 쓴 글이 많지 않기에 더욱 소중합니다.
"보통" 여자가 하지 않는 경쟁적이거나 높은 강도의 운동을 하는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고정관념을 산산이 부숴버리는 카타르시스도 있고, 저도 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도 주거든요.
운동하는 여자들의 책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말을 모아 이 글에 정리했습니다.
하는 운동이 철인 3종부터 검도까지 다양한 만큼 운동에 관한 그들의 생각도 다양합니다. 생김새와 생각 모두 다르지만, 그들은 모두 운동을 참 좋아합니다. 모두 신체가 기력을 다할 때까지 열심히 움직이겠죠. 70살, 80살이 되어서도 잘 뛰어다니는 여자들이 많은 세상에서 살고 싶습니다.
<운동하는 여자들의 책 리스트>
*이 글에서 다루는 책 볼드 처리
- 철인 3종 (러닝, 사이클, 수영): "마녀체력", "걷기의 말들"
- 축구: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
- 크로스핏: "잃어버린 근육 찾아 드립니다"
- 러닝, 검도, 수영: “계속 가봅시다 남는 게 체력인데”
- 여러 운동: "보통 여자, 보통 운동"
마녀체력 (이영미)
#철인3종 #직장인 #천천히 #꾸준히
늘 칭찬 받고 잘한다는 소리에 길이 들어서, 누군가에게 지는 걸 견디지 못했다. 하지만 세상살이가 그렇게 호락호락한가. 살다 보면 상상하지 못한 고초를 겪거나, 바닥까지 내려갈 수 있는 게 인생 아닌가. (...) 운동이나 놀이를 통해서 경험해 보는 실패는 일종의 가상 현실과도 같다. 스트레스 지수는 비슷하지만, 매우 안전하면서도 얼마든지 다시 도전해 볼 가능성이 열려 있다. 현실과 달리 큰 경제적 손실을 입지 않는다. 자주 두드려 맞고도 내일은 더 잘해 보겠다는 마음의 맷집이 강해진다.
그래서 평탄하고 무난한 삶을 살아 온 사람일수록 다양한 운동을 통해 좌절과 실패를 연습해 보길 권한다. 혹여 진짜 인생길에서 자빠지는 일을 당했을 때, 그렇게 실패를 극복해본 경험과 요령은 심적으로 큰 도움이 될 것이다. (p.123)
사람들이 내게 묻는 질문도 비슷하다. “어떻게 하면 체력이 강해질 수 있나요?” 내 대답은 간단하면서도 한결같다. “천천히, 조금씩, 그러나 꾸준히.” 좀 더 친절하게 풀어 보면 이렇다. “저 같은 저질 체력에 마흔 넘은 여자도 10년간 천천히, 조금씩, 그러나 꾸준히 운동을 계속하면 강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
그러나 일하는 사람이 매일 몇 시간씩 운동하기는 어렵다. 내 경우는 ‘매일’에 방점을 두지 않았다. ‘적어도 3일 이상 아무런 운동을 하지 않고 지나가는 날은 없도록 하자’가 소박한 목표였다. (p. 126-128)
여성이 남성보다 육체 조건이 불리한 것은 확실하지만, 운동을 통해 체력을 보완해 나가면 운동을 하지 않는 일반 남성보다 훨씬 강해진다.
그러니 여성들이여, 뭐든 좋으니 운동을 하면서 일단 체력부터 단련해 보자. 몸을 날씬하게 하기보다는 근육을 단단하게 만드는 운동을 택하기 바란다. 이왕이면 남자들과 어울려 동등하게 겨루는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가해 보기를! 어차피 우리는 평생을 그들과 기싸움을 하면서 살아가야 한다. (p. 136)
반백 년을 살아 본 경험으로 나는 독서에다가 두 가지를 더 덧붙이곤 한다. 독서, 그리고 운동과 외국어다. 우리를 절대 배신하지 않는 세 가지, 사람을 매력 있게 만드는 세 가지이기도 하다. (...)
그러고 보니 우리를 절대로 배신하지 않는 세 가지에는 공통점이 있다. 첫째, 노력과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다. 둘째, 강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 셋째, 꾸준히, 오랫동안 해야만 효과가 나타난다. 넷째, 좋은 건 누구나 알지만 시급하지 않아서, 당장 실천하기 어렵다. (...)
잠들기 전 30분의 독서가 쌓이면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진다. 매일 1만 보씩 걸으면 어디든 모험할 수 있는 체력이 생긴다. 하루에 외국어 단어 딱 열개씩만 외워도 1년이면 3,650개가 쌓인다. 그 습관은 절대로 우리를 배신하지 않을 것이다. 하루하루 시간이 쌓일수록 점점 더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p. 139, 141, 143)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 (김혼비)
#축구 #초보성장일지 #유쾌상쾌통쾌
예전에 누군가 불쑥 던진 질문, “주전 선수가 될 실력을 빨리 갖추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에 다른 여자 축구 팀 감독이 이렇게 답한 적이 있다. “일단 오늘부터 운동장을 서른 바퀴씩 뛰세요. 처음에는 힘들어서 한번에 서른 바퀴 못 뛸 거예요. 한 열 번은 멈추어야 할 텐데, 그렇게 멈추면서라도 무조건 서른 바퀴를 채우는 거예요. 그렇게 1년 꾸준히 뛰어 보세요. 그래서 서른 바퀴가 비교적 문제없을 정도의 체력이 되잖아요? 그럼 기술들이 다 따라붙게 되어 있어요.” (p.151)
30대의 김혼비가 피트니스 센터에 앉아 체중 감량을 위해서도 아니고, 바디 라인을 예쁘게 만들기 위해서도 아니고, 무조건 체력을 키울 수 있는 운동을 하고 싶다고 말하게 될 거라는 걸 20대의 김혼비는 믿을 수 있을까? 심지어 체중이 좀 늘어도 괜찮다고 말한다는 걸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꽤 오랜 세월 내가 내 몸에게 바랐던 건 ‘건강’보다는 ‘아름다움’ 쪽이었다. (…)
아마추어 축구 선수로서 근육을 모으고 체력을 쌓는 일은 사회인으로서 돈을 모으고 커리어를 쌓는 일과 비슷한 것 같다. 이 하루하루의 변화들이 남은 30대와 다가올 40대, 50대를 단단하게 다져 줄 거라는 믿음을 갖고 앞으로도 (건)강한 몸을 위하여! (p.153, 156)
잃어버린 근육 찾아 드립니다 (샤크 코치, 에리카 코치)
#크로스핏 #여자에게도 #근육이 #꼭 #필요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의 몸은 하나뿐이다. 우는 이것을 중간에 교체하지도 못하고 수명이 다할 때까지 알뜰살뜰 관리해야 한다. 사용 기간 동안 최대한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여자의 몸이라고 이런 상황에 다를 것은 없다. 여자도 인간이고, 여자의 몸도 인간의 몸이니까. 나는 그래서 여자들이 인간으로서 몸의 근본적인 존재 의의와 지향점에 맞게 운동했으면 했다. 더 많은 여자들이 더 건강해지고 더 강해지고 더 오래, 더 기능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방향으로 운동하기를 바랐다. (p.266)
계속 가봅시다 남는 게 체력인데 (정김경숙)
#직장인 #운동 #커리어 #체력
체력이야말로 우리가 인생을 끈질기게 이끌어나가게 만드는 숨은 저력이다. 나는 눈 뜨자마자 아침 러닝 한 시간에, 저녁 걷기 한 시간, 주말마다 백패킹을 떠나거나 검도와 수영을 하고 있는데, 20~30대 때보다 지금 더 많은 시간을 건강과 운동에 투자하고 있는 셈이다. (…) 체력이 약하면 빨리 편안함을 찾게 되고, 인내심이 떨어진다. 그리고 피로감을 견디지 못해서 승부 따위는 상관 없는 지경에 이른다는 것이다. (p. 68-69)
실제로 뛰어난 성과를 내는 상위 5%의 사람들은 다른 이들보다 주당 평균 40% 더 긴 시간을 운동에 쓴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운동을 통해 더 집중적으로 꾸준히 일할 수 있는 체력을 키울 뿐 아니라, 우울이나 불안감, 스트레스를 해소하면서 항상심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시시각각 변하며 우리의 삶을 뒤흔드는 세상의 조류 속에서도 표류하지 않고 스스로의 중심을 찾기 위해서, 나의 몸과 마음을 내가 버틸 수 있는 최후의 보루로 남겨놓아야 한다. 체력을 키우는 일은 곧 커리어에 투자하는 것과 다름 아니다. (p. 71)
운동은 자기효능감, 즉 스스로 어떤 일을 할 수 있다는 믿음과 기대를 키우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당장에 누워서 쉬고 싶은 유혹을 떨쳐내고 운동을 시작하면 일단 기분부터 뿌듯하다. 나 자신을 이겼을 때, 그리고 내 몸을 컨트롤 했을 때 느끼는 성취감은 운동은 물론 세상 무엇이든 맘만 먹으면 할 수 있다는 확신으로 이어진다. 세상은 내 맘대로 되지 않는 일 투성이지만, 내 몸 만큼은 내 맘대로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희망적인가. 직장에서 아무리 탈탈 털리고 돌아와도 운동을 통해 자기 호흡을 되찾을 때면 그 아무리 큰 괴로움도 훌훌 떨쳐낼 수 있게 된다. (p.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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