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풋살은 그리 즐겁지가 않았다.
이유를 생각해보면 몇 가지가 있는데,
1.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았다.
2. 우리 팀이 큰 차이로 졌다.
3. 풋살 실력이 전에 비해 좋아지기는 커녕, 더 못해진 느낌이 들었다.
4. 부상으로 기존 멤버가 여럿 빠졌다.
지금 이제 풋살을 시작한 지 6개월 차이고, 완전 처음에 비하면 확실히 실력이 좋아졌다.
그런데 오늘 게임 후에는 정체기에 접어든 것 같았다.
패스가 연결되고 골을 넣을 수 있어야 재미있는데, 패스가 툭툭 끊기고 골까지 연결이 안 된다.
게다가 오늘 내가 골키퍼를 할 때 두 골이나 먹혔다. 사기도 떨어지고 할 맛이 안 났다.
'사실 지금 못하는 게 당연한 건데'라는 이성적인 생각과 달리 감정은 착 가라앉아버렸다.
나는 이 감정을 일종의 권태기라고 정의했다.
축구 + 권태기 = 축태기
<나의 감정 요약>
예전과 달리 재미가 없다.
할 맛이 안 난다.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
앗, 근데 이 감정. 익숙하다.
혹시 이건, 내가 일에게 느꼈던 감정?
그렇다.
최근 나에게는 일태기도 찾아왔다.
그러니까, 일과 나와의 관계는 연애보다는 결혼에 가깝다.
거의 평생을 먹고 살기 위해 일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취업을 하는 순간, 연애도 없이 바로 결혼을 해버린 셈이다.
그런데 처음 몇 년 (혹은 몇 달) 간은 신혼이므로 대부분을 좋게 느낀다.
적어도 "새로움" 그 자체로 인해 권태로움은 느끼지 않는다.
신혼이 아무리 새롭고 즐거웠더라도 우리 인간은 금방 질린다.
익숙함이 찾아오면 곧이어 권태감도 문을 두드린다.
물론 익숙함에서 오는 편안함이 있다.
누군가에게는 큰 장점이지만, 자극 추구 성향이 높은 일부 인간에게는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의 장점보다 익숙함이 주는 권태감의 단점이 더 크다.
나는 자극 추구 성향이 안정 추구 성향보다 높은 편이다. 자꾸 새로운 것을 찾는다.
그렇다고 안정 추구 성향이 낮은 건 아니다.
도전적인 과제가 생기면 스트레스를 받지만, 없으면 또 지루하다. (그래서 뭐든 시작하는데, 일이 커진 후에는 과거에 지루해했던 나에게 잔소리를 하고 싶다. '그냥 좀 쉬지..ㅎ 너 때문에 지금 내가 힘들잖아.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던 네가 부럽다.')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일: <계속 새롭게 재미있는데 스트레스는 별로 안 받는 일>
과연 이런 일이 있을까?
변화에는 스트레스가 따르기 마련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속도의 차이이지, 변화는 항상 일어난다.
지금도 우리는 천천히 죽음을 향해 늙어가고 있으니까.
변화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감내하는 것도 인생에 꼭 필요한 능력이다.
그렇다고 질릴 때마다 변화를 만들 수도 없는 일이다.
무언가를 끈덕지게 해야만 얻을 수 있는 실력과 지혜도 있을 테니까.
경력이 많다고 다 일을 잘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경험이 주는 지혜는 가지고 있다.
사회생활을 하는 방법이나, 문제 해결 능력 등등.
그래서 머리가 더 좋은 신입들도 있지만, 구직 시장에서 경력직이 선호되는 거겠지.
시간을 쌓아가자.
마음에 들지 않는 시간도 있겠지만, 그걸 참고 견디는 것도 훈련이다.
시간을 성실하게 쌓아가다 보면 언젠가 뒤를 돌아봤을 때, 그 과거가 까마득하게 보일 날이 올 거야.
'내가 이렇게 초보였다니!' 하고 부끄러워지는 순간.
그 미래를 기다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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