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길영 님의 "그냥 하지 말라 (Don't just do it!)"는 사람들이 남긴 데이터로 예측한 미래의 일과 삶에 관해 말한다. 뜬 구름 잡는 소리가 아니라 현재의 삶에 밀접한 그림을 그려서 공감이 갔다. 다만, 저자의 전문성을 살려 예측의 근거로 데이터를 더 보여주면 좋았겠다. 대중성을 고려해 어려운 내용을 덜어낸 것 같다.
성장을 원하는데 상자에 갇힌 (p.197)
단 한 번의 취업으로 인생이 결정되는 시대는 끝났다.
조직에 기대는 개인에겐 경쟁력이 없다.
바야흐로 사람이 상품이 되는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다니엘 핑크가 말했죠. "파는 것이 인간이다 To seel is human"라고요. 같은 제목의 책에서 그는 현대의 노동자들은 유형이건 무형이건 자신이 가진 무언가를 팔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나에게 팔 게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렇게 경쟁의 추이가 바뀐다면 나는 어떤 능력을 얻을지 고민해봐야 합니다. 막연히 준비하는 분들은 스펙 경쟁에 뛰어듭니다. ... 지금은 이게 통한다고 하지만 향후에도 계속 내 경쟁력으로 유지할 수 있을까요?
직업에도 유행이 있다.
더 먼 미래를 생각하자.
한국 고용 정보원이 만든 시대별 인기직업 리스트가 있습니다. 1950년대에는 권투선수가 인기직업이었대요. ... 1960년대에는 택시 운전기사가 좋은 직업이었습니다. 은행원도 있고, 버스안내양도 나옵니다. 보신 적 있습니까? 지금은 이 직업 자체가 한국에서 거의 사라졌죠. 1970년대에는 건설 기술자, 트로트 가수. 1980년대에는 금융인, 그리고 프로야구가 시작되면서 야구선수가 뜨기 시작했습니다. 1990년대 순위에는 드디어 프로게이머가 나옵니다. 외환딜러도 나오고요. 2000년대에는 국제회의 전문가나 공인회계사가 좋은 직업이라 했습니다.
이걸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화무십일홍이라는 말처럼 직업의 영화가 존속되는 기간이 생각보다 길지 않죠. 부침이 커죠. 직업을 갖기 위한 우리의 분투기가 10~20년 후에 소용없어질 수 있다면, 무엇을 기계에 맡기고 우리는 인간으로서 어떤 일을 할지도 합의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가 현재 선호하는 직업의 역사가 길지 않다. 엄청난 연봉상승률로 선망받는 프로그래머조차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고소득 직종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10년 후에도 IT 직군이 현재와 같은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살아야 될지 미리 생각하는 편이 좋겠다.
평범한 게 판교 신혼부부라면 (p.209)
'평타'와 '국룰' 뒤의 불안
문제는 뭐냐면, 또래와 비교하면서 내 삶의 스테이지에 '그러함직한' 기준을 세우는 것입니다. 이런 수평 비교가 자존감을 떨어뜨립니다. 친구들에 비해 연봉이 낮다는 이유로 내 삶이 초라하다고 느끼는 거예요. 친구와 동료와 비교하고, 하다못해 그들의 자녀까지 온갖 대상을 놓고 비교하며 나의 현재 상태가 열악하다고 느끼는 것입니다. ... 어떻게 해야 비교우위에 설지 정답이 있으면 좋겠는데, 이제 정답이 없어진다는 게 가장 중요한 이슈입니다.
이러한 심리를 단적으로 반영하는 표현이 '평균'입니다. 2016년 인터넷 커뮤니티에 일상적으로 쓰인 단어 중 '평타'가 있습니다. 평균 타율, 즉 보통 정도라는 뜻입니다. 사람들이 엄청나게 눈치를 봤던 거죠. 그 목표가 평타입니다. ... 남들보다 처지면 문제가 되니 티 나지 않고 모자라지도 않게 평균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그 결과 온갖 종류의 꿀팁이 등장했습니다. 결혼준비 Q&A, 각종 생정(생활정보) 등. 커뮤니티에 떠돌던 다양한 노하우가 지금은 유튜브에서 발현되고 있습니다. '국룰(국민룰)'이라는 이름으로요. 예전의 생정처럼 이제는 사소한 것까지 대신 정해주는 '국룰'이 있습니다.
함께 연구하시는 분이 '결혼의 정석'이라는 장표를 만들었습니다. 이상적인 신혼부부의 모습부터 결혼 체크리스트까지 온갖 종류의 국룰이 있더군요. 예컨대 이상적인 신혼부부상은 '판교 신혼부부'입니다. ... 가정환경, 교육 수준, 직업, 자산 등이 암암리에 하나의 지표가 되어버렸다는 얘기입니다.
온갖 국룰이 생겨난 이유는 타인으로부터 내 평판과 효율을 극대화하고 싶어서입니다. 평범하게 살고 싶으니까. 그러나 이 기준이 너무 높습니다. 평범한 게 판교 신혼부부라면 출발부터 불행을 잉태한 거죠. 기준이 높은데 그게 기준이라뇨.
가장 공감이 가는 파트였다. 우리가 왜 '평타'와 '국룰'을 찾는지. 저자는 이를 남들의 눈치를 보고 '중간이라도 가고자'하는 불안감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나는 젊은이들이 '평타'와 '국룰'을 찾는 이유가 더 있다고 생각한다. 먼저, 우리나라는 청소년기에 자율적인 판단을 할 기회가 서구권에 비해 비교적 없다. 자기 생각대로 결정하는 게 익숙하지 않아서 '보통은 어떻게 하는지'를 보고 따라가고 싶어 한다. 그리고 비단 한국인뿐만 아니라 본래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기에 남의 의견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옛날에는 '보통'을 동네 사람들을 보고 따랐다면 이젠 인터넷에 물어보고 더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취합하는 것뿐일 수도.
AI는 중간을 대체한다.
중간의 인간이 되지 말자.
무엇보다 평균, 중간을 추구한다는 국룰 자체에 문제가 있습니다. 서글프게도 중간의 인간은 대체됩니다. AI는 중간을 학습해요 그런데 우리 인간이 지금 중간을 찾고 있는 것입니다.
AI가 중간을 학습하기 때문에 평균의 인간은 위태롭다는 주장이다. 맞는 말이다.
다만, 이 주장의 근거를 라이프스타일에서 '평타'를 찾는 사례보다는 일에서 '평타'를 찾는 사례로 들었으면 좋았겠다. 왜냐면 AI가 대체하는 건 소비자로서의 인간이 아니라 생산자로서의 인간이기 때문이다. 이 주장 전까지는 소비자로서의 인간이 얼마나 평균적인 삶을 열망하는지에 관한 내용이었다.
자아의 각성: 삶의 주도권을 가지려면 (p.219)
자동화되지 않는 방법
1. 아이덴티티 만들기
2. 플랫폼 프로바이더가 되기
3. 크리에이터가 되기
자동화의 격랑 속에서 생산의 주체에서 밀려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내가 다른 이들과 어떻게 다른지를 설명하는 작업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이처럼 방법은 두 가지인 것 같습니다. 플랫폼을 만들거나 장인이 되는 것. 즉 프로바이더가 되거나 크리에이터가 되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이쪽이든 저쪽이든 1등이 되어야 하고요. 가운데는 없어요. 결국 이 이야기의 무섭고도 슬픈 결말은, 우리가 완전체가 되는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어정쩡한 중간이 기계에 대체되는 세상에서는 조직 또한 완성된 사람들이 모이는 형태로 변화할 것입니다. 내가 누군가 재목을 키우는 게 아니라 이미 검증되고 완성된 사람들, 프로페셔널이 모인 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마치 영화 <어벤저스>처럼 말이죠.
기성세대는 일터가 점점 비인간적으로 변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인간 사이의 정으로, 사람이 일을 못해도 가정을 부양할 수 있게 시간이 지나면 더 높은 연봉을 주던 보수 체계가 무너지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나는 여성 직업인으로 능력주의를 옹호하는 면이 있다. 남자가 가장이라는 고정관념으로 인해 여성이 받는 보수가 기본적으로 낮게 책정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어벤저스와 같이 이미 완성된 인재만을 찾는 미래는 두렵다. 능력주의가 어디까지 인간을 쥐고 흔들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나도 언젠가는 직업인의 절정기에서 내려올 건데 말이다.
능력주의를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또 다른 나는 이런 질문이 떠오른다.
"완성된 형태의 인간이 있긴 할까? 일을 하기 위해 영웅까지 되어야 할까? 일을 못하는 사람은 일을 하면 안 되는 걸까? 그럼 어떻게 먹고살지. 기본소득이 답일까? 자존심이 상하진 않을까?"
당신의 모든 것이 메시지다 (p.226)
이제는 스스로의 흔적을 남기고 성장의 기록을 채록하는 것이 곧 나의 프로파일이 될 것입니다. 그러니 여러분은 무엇을 해야 할까요? 첫째, 직접 하셔야 하고요. 둘째, 기록으로 남겨야 합니다. 그 성장 과정이 나의 자산으로 환금될 것입니다.
내가 나의 일을 기록해야 하는 이유다. 일의 기록은 나의 자산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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