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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창고/☀️ 일상의 생각

죽음의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 (생존자 후기)

by 림뽀 2021. 5.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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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존엄성을 말살하고 언제든 죽을 수 있는 수용소에서 사람들은 어떻게 미치지 않고 살아남았을까. 홀로코스트의 생존자에 관한 책, 테렌스 데 프레의 "생존자"의 후기이다. 

 

 

생존자

장기간 계속되는 위기 속에서 인간은 어떤 모습을 보이게 될까? 이 책은 그러한 위기 속 인간의 생존 양식을 보여준다. 또한 정신과 육체에 극단적인 손상을 입고도 살아남은, 미치지 않은,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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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정신은 죽음에 맞설 때면 삶이 되고, 삶에 맞설 때는 죽음이 된다. 

여기엔 지독한 아이러니가 있다.
왜냐하면 죽음에 대한 자각은 삶을 향한 강력한 관심을 일으키는 데 반하여,
죽음에 대한 부정은 격렬한 파괴 행위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역설적이게도 사람은 죽음 가운데 있을 때 비로소 삶의 가치를 깨닫는다. 죽음을 인지하지 않을 때는 오히려 생명의 기초적인 욕구를 초월한 사상이 고귀하며 생존보단 죽음이 가치 있다 여겨진다. 삶과 생명 그 자체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수용소의 재소자들은 죽음에 가장 가까운 상황에서 생명 그 자체에 내재된 힘과 가치를 깨닫는다. 운이 좋게 수용소에서 오래 살아남는 것은 내게 주어진 보너스 시간이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 것이란 생각을 할 수 있다. 인간은 내일의 생명이 당연한 것이 아닐 때 비로소 살아있음에 감사한다.

 

그러니 죽음을 마음에 품고 사는 사람과 그 밖의 사람은 얼마나 다른 삶을 살 것인가. 고전과 명서를 읽을수록 핵심이 어릴 때 배운 성경에 가까워진다는 인상을 받는다. 결국 돌고 돌아 원점으로 돌아온 것이다. 내가 생의 초반에 배운 것이 올바른 것이었다면 나는 왜 그 외의 것들을 너무나 많은 시간을 들여 배운 것인가. 학교는 실용적인 지식을 가르치는 만큼 학생들이 서로 협력하고 "제대로" 사는 방법을 알려줘야 한다. 그러니 철학과 사회학, 문학을 심도 있게 가르쳐야 한다. 몇 년도에 어떤 사건이 있었다는 피상적인 역사 교육 말고, 역사 속에 있던 개개인의 이야기와 교훈 말이다.

 

내가 학교에서 배운 것은 삶의 올바른 방향과는 반대에 더 가까웠다. 이기는 방법, 욕망하는 방법을 배웠으니까. 학교는 다양한 지식의 스펙트럼을 늘어뜨려놓고 그것들을 "평균적으로" 잘하는 사람을 찾는다. 평균적인 점수가 높은 사람을 찾는 건 시스템에 순응하고 가장 돈을 잘 벌어다 줄 사람을 찾는 것이다.

 

그러나 나도 기업에서 원하는 "가치 있는" 인재가 되고 싶다. 자본주의의 결집체인 기업의 입장에서 가치 있는 인간은 수익 창출에 기여를 하는 사람이다. 나의 이러한 욕망은 자본주의가 학교와 결탁해 만든 교육이 내 무의식에 삽입된 결과다. 돈을 벌어다 주는 사람이 가치 있다는 생각은 부자가 가장 정의로운 사람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그런데 그렇지 않지 않은가. 돈을 중심으로 한 가치 체계는 사람의 가치를 판단하기에 적합하지 않다. 

 

집단 학살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은 생명의 가치를 안다. 생명 그 자체가 생존하기 위해 내뿜는 힘과 생존의 선함 말이다. 생명이 있다는 그 자체에 감사할 수 있다면, 그것도 극단적인 상황까지 가지 않고 그 사실을 안다면 얼마나 감사할 일인가. 심지어 누구도 나의 자유를 저해하지 않는다. 나는 내가 원할 때 노래를 듣고,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춤을 출 수 있다. 인생은 현재 내가 살아있음에 감사하고, 작은 성취에 큰 만족을 느끼며, 다른 사람과, 동물, 자연과 같은 생명을 존중하는 것이 전부다.

 

다만 노동과 타인과 교류하며 평범한 행복 속에 뿌리내리고 있는 것, 그리고 육신을 가진 동물의 운명이기도 한 작은 육체적 즐거움을 나눌 수 있는 것이 바로 그 생물학적 지혜이다.
...
이 의미란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노동, 슬픔, 작은 성취들 가운데서 끝없이 새롭게 나타나는 아주 구체적인 의미를 말한다. 태양은 바로 여기 있다. 생존자들과 사형수들은 그것을 알고 있다. 대지는 고요 속에 잠겨 있고, 생명은 전부 다 거기에 있다. 

생존자 표지 - 출처: yes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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