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생각창고/☀️ 일상의 생각

"쌀 재난 국가"를 읽고

by 림뽀 2021. 3. 1.
반응형

 

 

쌀 재난 국가

청년 실업과 비정규직 차별, 학벌주의,연공서열과 여성 배제의 구조, 부동산 문제까지한국 사회의 불평등 구조를 이해하는 세 가지 키워드쌀 / 재난 / 국가2019년 한국 사회에 세대론과 불평등에

www.yes24.com

 

저자는 나이에 비례해 연봉을 받는 "연공제"를 비판한다.

 

연봉이 높은 50대의 비율이 높아지면서 취업률이 낮아지고, 정규직과 계약직 간의 연봉 차이가 더 벌어졌다. 기업은 신규 채용 비용과 비정규직 급여를 깎아서 50대 정규직에게 드는 인건비를 마련한다. 또한, 연공제에서는 일 하지 않고도 연봉이 오르는 무임승차자가 발생할 수 있다. 이는 회사의 효율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저자는 연공제 반, 직무제 반 수준의 대안을 제시한다.

 

50대에 1억을 받을 예정인 직원의 연봉이 6,000만원에 도달했을 때 연공제는 멈춘다. 그리고 더 많은 성과를 창출하는 직원만 연봉이 오른다. 이렇게 청년 채용과 정규직의 비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실제로 당하는 사람(현재 대기업과 공기업에 근무하는 20~40대)은 반대하겠지만, 전체 사회 입장에서 바라보자면 합리적인 방법으로 보인다. 하지만 직무제와 직능제가 연공제의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있을까?

 

내가 생각하는 직무제와 직능제의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1) 직무제: 일의 종류나 내용의 난이도에 따라 임금이 결정되는 제도
2) 직능제: 개인의 능력과 생산성에 따라 임금을 차등 지급하는 제도
  장점 단점
연공제 - 정규직만 따내면 경쟁하지 않아도 된다.
- 내부 분란의 가능성이 낮다.
- 무임승차가 가능하다.
- 능력 있지만 연차가 낮은 사람에게 더 많은 보상을 하지 않는다. 
직무제 - 같은 직무의 사람들 간의 연대를 이룰 수 있다.
- 더 많이 일하는 직군에 적절한 보상을 할 수 있다.
- 수요가 높은 특정 직군만 각광 받게 된다.
- 동일한 양의 일을 하는데도, 인기 직군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연봉이 높아 협력의 수준이 낮아질 수 있다.
- 능력주의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직능제 - 능력에 따라 보상 받을 수 있다.
- 기업이 효율적으로 굴러간다.
- 무한 경쟁과 능력주의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 채용이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

 

직무제의 단점 예시로 떠오른 것은 바로 "디자이너"와 "개발자"의 차이이다.

 

디자이너와 개발자 모두 눈에 보이는 결과물을 만들어야 하므로 높은 근무 강도가 요구된다. 하지만 숫자와 알고리즘에 뛰어난 사람들이 시장에서 더 많이 요구되기 때문에 개발자의 연봉 테이블이 더 높다. 이는 같은 양의 일을 하는 디자이너에게는 불평등한 제도이다. 

 

직능제의 안 좋은 예시는 바로 "넷플릭스"의 HR 제도이다.

 

넷플릭스는 업계 최고 수준의 보상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능력 있는 사람들에게 그만큼의 보상을 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능력이 있으면 돈을 많이 준다"는 "능력이 없으면 돈을 안 준다"와 다름이 없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10명 분의 일을 할 수 있는 1명을 채용하는 것이 넷플릭스 HR 팀의 목표이다. 이들은 성과가 떨어지는 직원을 자르는 것을 서슴지 않는다. 하지만 자르기 전까지 업계 최고 수준의 보상을 한다. 마치 역량이 뛰어난 선수에게 높은 값을 치르고 채용하는 대신, 역량이 떨어지는 선수는 바로 잘라버리는 운동선수 시장을 보는 것 같다.

 

이로 인한 첫 번째 문제는 채용 인원이 줄어든다는 점이다. 10명의 업무를 대신할 1명을 찾으면 기업에서 창출하는 일자리의 수는 오히려 줄 것이다. 또한, 그 자리를 차지한 능력 있는 한 명은 무한 경쟁으로 인해 너무 큰 기대와 불안을 감당해야 한다. 모두가 행복하지 않는 "능력주의" 시스템의 단점이다.


물론 이것은 극단적인 예시이다. 정규직을 고용하는 회사는 직원을 내보내기 어렵다. 다만, 직무에 따른 급여 차이와 능력에 따른 연봉 차이를 적절히 조정하더라도 근무자들 간에 보상 수준이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협력 수준이 떨어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저자도 이러한 대안이 완벽하게 공정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제시한 대안이 기존의 차별을 능력주의에 기반한 또 다른 차별로 바꾸는 것이라고 말한다. 

 

국내 기업의 연봉 체제는 결국 연공제에서 직무제와 직능제로 바뀔 것이다. 일단 기업이 그것을 원하고, IT 기업이 늘어나며 대기업이 IT화 되면서 필요한 인재의 능력이 명확해졌다. 즉, 숙련도를 측정하는 것이 용이해졌다. (일부 기업에서 개발자는 주기적으로 시험을 보기까지 한다.) 기업의 규모와 기존 직원의 반대로 인해 빠르게 변화하긴 어렵겠지만 점차 바뀌어 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연공제에서 직무제로의 이동이 실제로 정규직 채용 기회 증대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직무제와 직능제가 기업의 배만 불리는 제도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Photo by Sean Pollock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