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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미디어 리뷰

스우파 "맨 오브 우먼" 미션에 대한 단상

by 림뽀 2021. 10.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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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엠넷의 댄스 경연 프로그램인 스트릿 우먼 파이트 (이하 스우파)를 열심히 보고 있다.

스우파의 인기 요인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스우파의 인기 요인 세 가지

 

1. 성별을 뛰어넘자

안타깝지만 2021년에도 여성 주연의 예능이 그리 많지 않다.

 

주요 예능 (런닝맨, 무한도전, 나영석 PD 콘텐츠 등)은 모두 남성이 주인공이다. 런닝맨에 송지효와 전소민도 있지만, 남성 출연진의 비율이 더 높고 방송 비중도 높다. 송지효와 전소민은 배우 출신이고, 다른 남성 출연진에 비해 예능 경력이 짧다. 그렇다 보니 재미있는 내용은 남성 출연진이 더 많이 만들어낸다. 그럼 여자가 더 많은 식스센스는? 식스센스는 여성 캐릭터 4명과 남성 MC 유재석으로 이루어졌다. 좋은 시도이고 예능이 발전해야 할 방향이다. 그러나 "유재석 없이도 잘 될 수 있었을까?" 하는 질문에 선뜻 "예"라고 말하기 힘들 정도로 남성 MC의 무게감을 무시할 수 없다.

 

스우파는 만족할만한 여성 중심 예능이 없던 와중에 나타난 단비 같은 콘텐츠다. 물론 스우파도 한계가 있다. 경연 프로그램이어서 협력보단 경쟁이 두드러지고, 시즌2에 같은 출연진이 등장하지 않는 1회성 콘텐츠이다. 그럼에도 스우파 이전에 커리어에 자신 있는 "비연예인" 여성이 실력만으로 큰 관심을 받았던 적이 있던가? 연예인을 뽑는 "프로듀스 101"같은 경연 프로그램이 주목받은 적은 있지만 "예비 연예인"을 "비연예인"이라 할 수는 없다. 그러니까 이런 프로그램은 처음이다.

 

 

2. 계층을 뛰어넘자

2021년의 청년에게는 사다리가 없다. 계층이 세습되는 시대에 접어들어서다.

 

댄서도 신흥 귀족 계급인 연예인에게 가려졌다. 댄스 실력이 연예인보다 뛰어나더라도 연예인을 보조하는 역할이었기에 눈에 띌 수 없었다. 음악 방송의 언더독인 댄서에게 주목하는 방송이기에 자연스레 응원하는 마음이 생긴다. 우리가 잘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들을 지지한다.

 

모니카는 메가크루미션에서 연예인을 부르는 데에 반감을 드러냈다.

 

3. 외모의 고정관념을 뛰어넘자

댄서의 몸은 천편일률적이지 않다. 물론 댄서는 직업상 계속 움직이기 때문에 몸이 탄탄하고 건강해 보인다. 그러나 마르기만 하지 않았다. 몸의 굴곡이 두드러지는 댄서도 있고, 키가 작고 마른 댄서도 있으며 힘이 세 보이는 댄서도 있다. 

 

방송에서 비슷하게 생긴 여자만 보는 건 재미 없다. 현실감이 떨어지고 트렌디하지 않다. 우리와 비슷해서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출연하길 원한다. 남자들이 그래 왔던 것처럼 말이다. 

 

 

맨 오브 우먼 미션에 대한 단상

 

 

오늘 (10/11) 유튜브에 올라온 "Man of women" 미션에 대한 갑론을박이 있다.

왜인지 생각해봤다.

 

일단 "맨 오브 우먼 (Man of women)"이라는 말부터 생각해보자.

여자의 “남자”, 혹은 여자들 중의 “남자”라고 해석된다.

 

(*10/12 추가: 좋은 피드백이 댓글로 달려 구글에 "man of woman"은 검색했는데 나오지 않아 "woman's man"을 쳐봤다. Urban dictionary에 따르면 woman's man은 공감력과 애정이 있으며 여성의 경험을 지지하는 남성을 뜻한다. 또 Lexico에 따르면 여성에게 더 인기 있고 편한, 주로 외모가 출중한 남성을 의미한다. 맥락상 해당 미션에선 영어권에서 주로 쓰는 의미로 "man of woman"을 쓰지 않고, 여자 중에 남성 댄서가 있다는 의미로 쓰인 것으로 보인다.)

 

영어에서 of 부터는 앞의 명사를 꾸며주는 역할을 한다.

즉, 맨 오브 우먼은 “남자”가 중심이 되는 미션이다.

 

이 미션에 반감을 드는 이유는 많지 않은 여성 중심 콘텐츠에서 굳이 남성을 주인공으로 설정했기 때문이다.

댄서라고 반감이 들지 않았을 리가 없다.

 

프라우드먼과 홀리뱅이 반감을 무대에 가장 많이 녹여냈다.

두 팀은 남성과 함께하는 무대를 꾸미되, 제작진의 의도를 꼬아 여성 중심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1. 프라우드먼

<안무 컨셉>
사회에서 고군분투하는 여성을 위한 응원 메시지를 드랙킹&드랙퀸의 화려한 연기력과 춤으로 전달

프라우드먼이 드랙퀸을 부른 이유는 전통적인 남성상을 무대 위에 올려 남성이 주인공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여성을 지지하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남자를 세우라고 했지? 남자는 무슨.

우리는 남자 중에서 제일 남자처럼 보이지 않는 사람이랑 여자들을 위한 말을 할 거야.”

 

스트릿우먼파이터 프라우드먼 맨 오브 우먼 미션

 

2. 홀리뱅

<안무 컨셉>
We're just HIPHOP!! 남녀를 구분 짓고 한계를 규정하는 '걸스힙합'이라는 말에 물음표를 던지는 리얼 힙합 무대

홀리뱅은 남자를 불러 자신의 실력을 증명하는 도구로 사용했다.

 

“걸스 힙합이 남자 힙합보다 별로라고 했던 사람은 보시오.

똑같이 멋지잖아.”

 

힙합에서 곁다리 눈요기였던 걸스힙합을 진짜 댄스로 인정받기까지 많은 노력이 필요했을 것이다.

홀리뱅은 여자와 남자의 힙합 댄스에 차이가 없음을 증명하고자 의상을 맞추고 얼굴도 가렸다.

자신의 실력을 믿기 때문에 꾸밀 수 있는 무대였고, 메시지가 직관적으로 잘 전달됐다.

 

스트릿우먼파이터 홀리뱅 맨 오브 우먼 미션

 

메시지 전달 방식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더라도 비판보다는 응원을 먼저 하고 싶다.

목소리를 낼 수 없던 사람들에게 마이크가 주어졌을 때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듣고 싶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들 같은 여성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무대를 만든 것이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같은 시대에, 같은 문화권에서 살아가는 여성으로서 이들을 응원한다.

 

 

-21.10.11 

90년대생 스우파 열혈 시청자의 짧은 생각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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