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분기의 미디어 리뷰입니다.
제가 보통 읽고 싶은 책이나 영화를 고르는 기준은 두 가지입니다.
1) 여자 작가, 감독의 작품
- 보통 여자 작가나 감독의 작품에 더 잘 공감하기 때문입니다.
2) 사회적 이슈/페미니즘
- 사회적 이슈를 다룬 영화나 페미니즘에 관한 다큐멘터리, 책을 좋아합니다.
후기를 쓰는 기준은 아래와 같습니다.
✏️벡델 테스트 (bechdel test)
- 영화 속 성차별을 걸러내기 위해 앨리슨 벡델이 고안한 테스트입니다.
- 이 테스트를 통과하기 위한 최소 요건은 다음과 같은 3가지가 있습니다. (출처: 위키백과)
1) 이름을 가진 여성 캐릭터를 최소 2명 포함할 것
2) 서로 이야기를 나눌 것
3) 남성에 대한 것 이외에 다른 대화를 나눌 것
✏️별점은 5점 만점 ⭐⭐⭐⭐⭐
벡델 테스트와 페미니스트의 관점으로 콘텐츠를 간단히 리뷰했습니다. 😀
2020년 마지막 미디어 리뷰를 시작합니다.
(책) 빅매직 : 두려움을 넘어 창조적으로 사는 법
✔️벡델 테스트 : 없음 (비문학)
✔️별점 : ⭐⭐⭐⭐⭐
유튜버 이연의 추천을 받아 읽게 된 책이다. 창작이 두렵다면 읽기 좋은 책이라고 해서 봤다. 글이 쉽게 잘 읽히고 저자인 엘리자베스 길버트의 겸손하고 재치 넘치는 글이 인상 깊었다. 창작자로 살고 싶다면 꼭 한 번 읽어보길 바란다.
엘리자베스 길버트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로 큰 성공을 거둔 작가이다. 이 책은 작가로 성공하는 방법을 알려주지 않는다. 두려움을 이기고 창조적인 삶을 사는 방법을 알려준다. 누구나 자신이 재능이 없을까 봐,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봐, 누군가 나보다 잘할까 봐 걱정한다. 그렇지만 두려움은 지루하다. 두려움은 아무것도 만들지 못한다. 하지만 불확실한 결과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저자는 두려움을 없애려고 하기보다는 인정하고, 두려움을 위한 자리를 따로 마련해 놓는 방법을 제안한다.
[이 책을 통해 배운 것]
1) 예술가가 꼭 어둡고 불행해야 한다는 것은 편견이다. 긍정적인 에너지를 내뿜으면서 살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금전적으로 스스로를 책임질 수 있어야 하고 일상에 성실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건강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되어야 한다.
2) 결과물이 완벽해야 한다는 것에 목숨을 걸지 말자. 완벽하게 시작하려고 하면 아무 것도 만들 수 없다.
3) 누구나 창조적인 삶을 살 수 있다. 영감은 공기 중에 떠돌아다니다 적절한 타이밍에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에게 찾아 들어간다.
(책) 나는 내 파이를 구할 뿐 인류를 구하러 온 게 아니라고
✔️벡델 테스트 : 없음 (비문학)
✔️별점 : ⭐⭐⭐⭐
부제는 "자기 몫을 되찾고 싶은 여성들을 위한 야망 에세이"이다. 여자의 삶을 먼저 살아본 선배의 조언으로 요약할 수 있는 책이다. 김진아 작가님은 대기업에서 남자들의 정치 싸움에 밀렸던 경험, 결혼을 했지만 그림자 노동에서 벗어나기 위해 탈혼했던 경험, 남자들에게 선택당하고 싶었던 욕망에서 벗어난 경험을 바탕으로 20대 여성들이 겪을 일들에 대해 조언한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은 "여자에게 돈을 쓰자"였다. 남성 위주의 사회에서 여자들은 적은 보수를 받는 일자리 위주로 배치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의 "써야 하는 돈이면 여자에게 쓰자"는 주장은 요즈음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이기도 하다. 나는 주로 콘텐츠를 소비할 때 여성 작가의 책과 영상을 산다. 그들의 의식에 지지하고 작품 활동을 하는 데에 보탬이 되기 위해서이다. 여성 작가가 새로운 트렌드라고 하니 내가 조금은 도움이 된 것 같다 기쁘다.
(책) 시선으로부터,
✔️벡델 테스트 : 통과
✔️별점 : ⭐⭐⭐
여성 미술가 김시선과 그의 자녀, 손자들의 이야기. 작품이 그렇게 흡입력이 있진 않다. 좋았던 것은 작품을 쓰게 된 배경이었다.
"나의 계보에 대해 종종 생각한다. 그것이 김동인이나 이상에게 있지 않고 김명순이나 나혜석에게 있음을 깨닫는 몇 년이었다. 만약 혹독한 지난 세기를 누볐던 여성 예술가가 죽지 않고 끈질기게 살아남아 일가를 이루었다면 어땠을지 상상해보고 싶었다. 쉽지 않았을 해피엔딩을 말이다. - 정세랑"
나혜석 같은 재능 있는 작가는 시대를 잘못 타고나 불행하게 살았다. 만약 나혜석이 끈질기게 살아남아 가족을 꾸렸더라면 이런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을까. 그들을 기리는 작품이라는 면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기승전결이 뚜렷한 소설을 좋아하기 때문에 점수를 높기 주지 않았다. 김시선의 가족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김시선에 대한 이야기였으면 더 재밌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드라마) 퀸스 갬빗 - Netflix
✔️벡델 테스트 : 통과
✔️별점 : ⭐⭐⭐⭐
넷플릭스 최신 히트작이다. 주인공이 매력적이다. 남자판이었던 체스계에서 모든 남자들을 누르고 당당히 일등으로 올라서는 모습이 통쾌했다. 주인공과 양엄마와의 관계가 마음에 들었다. 서로 크게 정을 주지 않는 비즈니스 관계인 듯하면서도 지지하는 모습이 기존의 부모 관계와는 다르다. 보통은 엄마가 딸이 벌어오는 돈에 관심을 보이면 악역처럼 보일 텐데 그렇지 않았다. 여성 캐릭터들 간의 관계를 단편적으로 그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준다.
(영화) 런
✔️벡델 테스트 : 통과
✔️별점 : ⭐⭐
엄마와 딸의 위험한 관계를 그린 영화이다. 정보의 박탈 또한 학대임을 깨달았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딸이 엄마가 가져온 약을 의심하면서 전화로 모르는 사람에게 약에 대한 정보를 알아내는 장면이었다. 영화 서치 때의 긴박함을 느낄 수 있었다.
아쉬운 점은 뻔한 스토리여서 스릴이 떨어졌다. 예고편이 다인 느낌. 딸이 엄마에게서 탈출하는 과정을 조금 더 극단적으로 그렸으면 어땠을까 한다. 아니면 엄마가 정말 미친 사람이 아니어서 둘의 미묘한 감정선을 스릴감 있게 그리거나. 영화 서치 감독이 만든 영화라고 해서 기대했는데 아쉽다.
(웹툰) 어둠이 걷힌 자리엔
✔️벡델 테스트 : 통과
✔️별점 : ⭐⭐⭐⭐⭐
너무너무 재미있게 본 웹툰이다. 스토리가 탄탄하고 캐릭터들이 생동감 있다. 그림체와 색감도 섬세하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귀신과 요괴들의 기묘한 이야기들을 엮었다. 때문에 인물들과 이야기가 신선하다. 일본만 요괴가 있는 줄 아냐, 우리도 있다! 할 때 자랑하고 싶은 작품이다. 애니메이션이나 영화로 만들어도 좋을 작품이다. 이런 작품을 만드는 사람을 천재라고 부르는 것 같다.
(웹툰) 묘진전
✔️벡델 테스트 : 통과 (60점)
✔️별점 : ⭐⭐⭐⭐
"어둠이 걷힌 자리엔"을 보고 젤리빈 작가님의 다른 작품을 보고 싶었다. 그래서 묘진전을 보게 됐는데, 개인적으로는 "어둠이 걷힌 자리엔"이 더 재미있었다. 내가 주인공 묘진의 감정선을 잘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의 리뷰를 보면 묘진에게 공감하고 멋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나는 이 사람이 마음에 안 들었다. 아무 감정이 없던 주인공이 다른 사람을 위할 수 있게 된 건 본인이 노력했기 때문이 아니라 인간으로 변하면서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된 게 아닐까.
젤리빈 작가님의 강점은 심리 묘사이다. 막만의 심적 갈등이 공감되었고, 진홍의 악한 마음이 어떤 마음인지 알 수 있었다. 특히 진홍이 참 이중적인 캐릭터이다. 악역이지만 권력에 대한 욕망으로 인해 삐뚤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작가님이 진홍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애착을 가지고 그려낸 것 같다. 100% 나쁜 인물도 없고 100% 착한 인물도 없는 것이 묘진전의 장점이다. 퀄리티 높은 K-요괴 이야기를 보고 싶다면 묘진전을 강력 추천한다. 돈 내고 본 첫 웹툰이다.
(영화) 머니볼
✔️벡델 테스트 : 탈락
야구하는 남자들 이야기라 여자 캐릭터가 없다. 그나마 주인공의 전 아내와 딸이 유일한 여성 캐릭터이다.
✔️별점 : ⭐⭐⭐⭐
유명한 영화라고 해서 머니볼을 봤다. 흡입력 있는 영화였다. 러닝타임이 긴데도 집중해서 볼 수 있었다. 요즘은 야구단들이 다 AI를 이용해서 선수들을 분석하고 예측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야구는 모든 것을 수치화하기 때문에 수치 기반으로 여러 가지를 하기 좋은 게임이다. 이 영화는 기존의 직감에 의한 선수 영입이 구식이고 안 좋은 것이라고 말한다. 그보다는 인간의 장점과 기술의 장점을 합쳐서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이 효과적일 것 같은데, 옛날 것은 다 별로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쉬웠다.
마지막에서 브래드 피트가 돈을 더 많이 주는 선수단에 영입되는데 거절하는 것은 공감이 되지 않았다. 본인은 이기려고 선수들을 장기짝처럼 영입하고 내보내고 하는데 왜 자기는 인간적인 감정으로 팀에 남는지? 숫자에 의해 움직이던 사람이 어떠한 연유에서 다른 팀으로 가지 않은 것인지 잘 모르겠다. 의리를 보여주려고 했던 것 같기도.
(드라마) 종이의 집 시즌 3~4 - Netflix
✔️벡델 테스트 : 통과
✔️별점 : ⭐⭐⭐
종이의 집 시즌 1을 봤을 때의 충격이 잊히지 않는다. 상징적인 표식(가면)과 음악(벨라 챠우챠우챠우~)을 잘 사용하는 드라마다. 캐릭터들의 특성이 뚜렷하다. (나르시시스트, 분노 조절 장애, 소시오패스, 감정 기복이 심한 사람 등) 현실에서는 만나기 힘든 사람들이지만 강도니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조폐국에서 인질극을 벌여 수많은 현금을 훔친다. 강도와 인질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에 몰린 사람들이 다양한 갈등을 겪는다.
그런데 시즌 3~4로 갈수록 스토리가 늘어지고 시즌 1에서 먹혔던 캐릭터나 스토리를 반복하는 느낌이다. 죽은 캐릭터와 비슷한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한다. 강도질의 목적도 흐려진다. 그나마 살린 것은 시에라 경감이다. 임신한 고문 전문 경찰이라니, 매일 사탕을 빨고 있고 일에 미친 사이코패스라니. 마스크도 눈에 띄고 캐릭터도 매력적이다. 시에라 경감 덕분에 시즌 3~4가 흥미진진했다. 다른 경찰이 방해만 안 했으면 금방 잡았을 것 같다.
완벽주의자 교수와 예술가(?) 베를린의 대화가 기억에 남는다. 교수가 강도 계획이 완벽하지 않아 실행할 수 없다고 하자 베를린은 그렇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라고 말한다. 인생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으며 사고가 있기 때문에 예술과 같은 것이라고.
20.12.13
2020 4Q 미디어 리뷰 (with feminist's viewpoint)
림뽀의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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