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23년의 Work & Life 중 Life에 관한 회고이다. 2023년 상반기에 비해 하반기에 달라진 점을 중심으로 적어보고자 한다.
2023년의 키워드를 Work와 Life로 구분하여 적어보면 아래와 같다. 일에서는 AI 기반의 신규 서비스를 기획하고 출시했다. 삶에서는 단연 풋살이 나의 삶의 큰 부분을 차지했고, 나머지 키워드는 운동, 괌, 책, 그리고 반려동물이다.
재미있는 것을 만들었다.
1. 회사 풋살 동호회 로고와 캐릭터 만들기 (7월)
2023년에는 두 개의 풋살 동호회에서 공을 찼다. 하나는 1월부터 시작한 곳으로 수원에서 매주 수요일 오후 10시부터 12시까지 공을 찬다. 다른 하나는 회사 여자 풋살 동호회이다. 회사 동호회는 처음에는 그렇게 열심히 참여하지 않았는데, 대회도 같이 나가고 MT도 가다 보니 어느새 열심히 참여하게 되었다.
회사 동호회는 2023년에 처음 창단된 곳이라 많은 것을 새로 만들어야 했다. 그래서 로고와 유니폼 디자인을 팀원들과 함께 만들었다. 회사에서도 이렇게 재미있는 side project 활동을 할 수 있다니! 회사 풋살 동호회는 회사라는 공간과 동기를 제외한 회사 사람들을 새롭게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다 생각하기 나름이구나.
내가 만든 로고 후보 중 첫 번째 행의 로고가 선택되었다.
유니폼은 아래 시안 중 1번으로 정해졌다. 빨간색 색깔이 강렬하게 나와서 대회 때 다른 팀과 구별하기 쉬웠다. 잘한 선택이었다. 역시 내가 그린 것, 기획한 것이 실체화되는 과정은 참 재미있다. 내가 만든 것을 다른 사람들이 써줄 때 기획자의 재미는 배가 된다.
2. 친구 결혼식 축가 영상 만들기 + 축가 부르기 (12월)
고등학교 때 친구가 12월에 결혼을 했다. 마냥 웃기기만 하던 이 친구가 이렇게 빨리 결혼할 줄은 몰랐다. 23년 초에 결혼한다고 말하더니 12월에 진짜 결혼을 했다. 그리고 나와 고등학교 친구 몇 명에게 축가를 부탁했다. 내가 노래를 못 부르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한 번 거절했다. 아무래도 나는 노래는 무리일 것 같다고. 그러나 나를 한 번 더 설득했고, 결국 거절하지 못했다.
나를 포함한 5명의 친구들이 축가를 준비했다. 안예은의 '교복부터 부케까지'라는 노래를 개사하고 그에 맞는 영상을 만들었다. 노래를 잘하는 친구가 개사와 노래 수업을 담당했고, 내가 영상 제작을 담당했다. 고등학교 친구들에게서 인상적인 사진을 수집해서 노래 박자와 가사에 맞게 편집했다. 오랜만에 어도비 프리미어를 사용하느라 공부도 하고 재미있었다. 역시나 영상 편집은 수고스럽지만 결과물이 나오면 만족스럽다. 내가 웃음 포인트로 넣은 장면에서 결혼식에 참석한 사람들의 웃음이 터져 나올 때 행복했다.
그동안 미뤄왔던 것을 했다.
1. 스튜디오 사진 촬영 (6월)
스튜디오 사진 촬영을 하고 싶었다. 프로필 사진을 하나 가지고 싶었기 때문이다. 다들 링크드인에 전문가가 찍어준 멋진 프로필 사진을 걸어두었는데, 내 사진만 개인 소장용 이미지 같았다. 지난 몇 년간 찍어야겠다고 생각만 하다가 드디어 스튜디오에 방문했다. 전문가의 손길을 거쳐 멋진 프로필 사진이 완성되었다. 실제의 나보다 더 차분하고 전문적인 모습으로 나온 것 같아서 마음에 든다.
2. 면허 따기 (24년 1월)
면허 따기도 마찬가지로 미뤄두고 있던 일이다. 2년 전부터 면허를 따야겠다고 마음만 먹고 있었다. 풋살을 시작하면서 운전할 일이 잦았기 때문이다. 직접 운전을 할 수가 없으니 주변 사람들에게 부탁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도 막상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기로 마음먹기가 어려워서 면허 따기를 미뤘다.
2024년 1월, 드디어 면허 학원에 돈을 내고 필기와 기능시험까지 합격했다. 도로 주행 수업도 듣고 있다. 2월 안에는 면허를 딸 수 있을 것 같다. 비슷한 나이대에 운전을 시작한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면 운전하기 전과 후의 삶이 매우 다르다고 한다. 면허 후의 나의 삶이 기대된다.
3. 해외여행 (11월)
2023년 11월에 약 일주일간 괌 여행을 다녀왔다. 코로나 때문에 해외여행을 꽤 오래 가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간 여행이 2019년 베트남이었으니 거의 3-4년 만의 여행이었다. 괌에서 일주일 동안 물놀이를 실컷 했다. 스노클링 세 번에 스쿠버 다이빙 한 번. 스쿠버 다이빙은 참 신기한 체험이다. 온몸이 물에 잠겨있고 산소통 하나에 나의 생명을 위탁하는 체험. 바다는 참 아름다웠고 관광지는 쾌적했다. 같은 돈을 쓴다면 물건을 사는 대신 여행을 더 자주 다녀야겠다고 생각했다.
새로운 시도를 했다.
1. 방송 댄스 수업 듣기 (7월)
수업을 한 3-4번 들은 것 같다. 풋살에서 만난 친구가 전문 댄서여서 어쩌다 그 친구의 수업을 듣게 되었다. 나는 춤을 참 못 춘다. 동작의 순서를 외우는 것이 어렵다. 춤을 꾸준히 배우면 몸을 쓰는 쪽의 지능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긴 한데, 적성에 맞지 않아서 꾸준히는 안 하고 있다. 그래도 몸치인 내가 어지저찌 춤을 추다니. 남들보다 몇 배의 노력이 필요하긴 하지만, 시도를 했다는 것 자체에 나 자신을 칭찬한다.
2. 캠핑 가기 (10월)
인생 첫 캠핑을 풋살 친구들과 함께 했다. 강원도로 갔는데, 날씨도 좋고 재미있었다. 캠핑은 손이 많이 가는 취미라는 것을 깨달았다. 차가 있으면 인생을 즐길 수 있는 옵션이 늘어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새롭게 친구를 사귀면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한 해였다. 사람은 사람을 통해 인생의 지경이 넓어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앞으로도 사람 사귀기를 꺼리지 말고 말을 걸고 친해지며 살아야겠다.
변화가 생겼다.
1. 집에 고양이 한 마리와 강아지 한 마리가 추가로 생겼다. (2월, 9월)
원래는 양양이라는 고양이 한 마리만 키우고 있었다. 그런데 2월에 쮸르라는 고양이를 길에서 데려오고 9월에 연구라는 강아지가 얼떨결에 집에 입성하면서 총 3마리의 애완동물을 키우게 되었다. 그전에 키우던 강아지가 2020년에 하늘나라로 간 후 애완동물을 키우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인생이 결심대로 되는 건 아닌 듯하다. 길에서 만난 인연이 집까지 이어질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으나 어쩌다 보니 그중 몇 마리는 우리 집에서 같이 살게 됐다. 덕분에 생명력으로 충만한 집에서 살게 되어 좋다.
2. 풋살을 더 열심히 하게 되었다.
풋살에 관해서라면 할 말이 많지만, 글의 주제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 요약해서 적어본다. 풋살을 2022년 1월에 시작했으니 이제 만 2년이 되었다. 구력이 2년이라고 말하기 창피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많이 늘었다. 2022년에는 주 1회 정도 가볍게 공을 찼다면 2023년은 풋살에 그보다 훨씬 더 많이 몰입해서 지냈다. 적어도 주 2회, 많으면 주 3-4회까지도 공을 찼다.
2023년 하반기부터는 내가 나오는 풋살 경기 영상도 빠짐없이 챙겨봤다. 그전까지는 내가 풋살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고, 보면 잊고 싶었는데 이제 그 정도로 보기 싫진 않다. 결국 모든 건 내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만큼 좋아지는 것 같다. 그리고 내가 몰입하는 만큼 더 큰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다. 그러니까 뭐든 대충 하지 말자. 노력과 수고가 물거품이 될까 봐 무서워서 투자를 망설이지 말자.
3. 종각으로 파견을 가게 되었다. (24년 1월)
2024년 1월에 SKT에 파견을 가게 되었다. 2023년 하반기부터 LLM을 활용한 AI 서비스 기획 업무도 함께 수행했는데, 그 업무에 조금 더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기존에 하고 있던 업무는 vision AI 기반의 서비스 기획이었는데, 이제 LLM AI 서비스를 기획한다.
아직 이 업무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기 때문에 결과가 어떠할지는 알 수 없다. 이 경험이 커리어에 도움이 되는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업무적으로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
AI 서비스를 만들고 출시했다.
AI 데이터는 IPTV 콘텐츠 인기 순위, 시청 특성 (재시청, 정주행), 화제성, 시청자 수, 수상 내역 등 콘텐츠를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문구이다. AI 데이터를 서비스하기 위해 실시간 방송 시청 건수 데이터와 VOD 시청 건수, 그리고 메타 데이터까지 다양한 데이터를 망라해 매력적으로 보이는 문구와 순위를 만들었다. 이 기획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다음 글에서 정리하고자 한다.
나가면서
지난해에 작성한 2022년 회고를 읽어보면, 1년 사이에 생각이 많이 바뀐 것 같다. 환경이 바뀌면서 생각이 자연스럽게 바뀐다. 2022년까지만 해도 내가 LLM 서비스 기획을 하러 파견을 갈 줄은 꿈에도 몰랐으니까.
당시에 열심히 하던 것 중 지금은 안 하는 것도 있고 당시에 안 하던 것 중 새롭게 시작한 것도 있다. 그중 꾸준히 했으면 좋았을 것 같은 것을 2024년에 다시 시작해 보면 어떨까. 운동하기와 관련된 목표는 2022년보다 2023년에 더 잘 이뤘으니 따로 챙길 필요는 없다. 2023년에 소홀히 한 영어 공부하기와 블로그 글쓰기를 다시 열심히 해야겠다. 2024년도 화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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