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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창고/☀️ 일상의 생각

우리가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족각본"을 읽고

by 림뽀 2023. 8.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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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혜 교수님의 신간 "가족각본"을 읽었다. 교수님의 전작 "선량한 차별주의자"를 인상 깊게 읽었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서점에서 책을 훑었을 때 내가 평소에 갖고 있는 질문과 똑같은 질문을 던지는 것을 보고 꼭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책을 기반으로 답해봤다.

 

1) "정상 가족"이 아니면 아이를 낳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상적'이고 '우수한' 사람만 출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회

 

우리나라에서 "정상 가족"이라고 여기지 않는 사람이 출산을 하면 이기적이라고 욕을 먹는다. 인터넷 뉴스 기사와 영상의 댓글에서 장애인, 저소득층, 미혼모 등 사회적 약자가 아이를 낳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의견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런데 그 "정상 가족"의 정의가 꽤나 좁아 소수의 사람들만 욕을 먹지 않고 출산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가족이 "정상 가족"이고, "출산의 자격"을 갖고 있을까? 책에 따르면 "중산층 이상의 결혼한 비장애 이성부부와 자녀 2명으로 구성된 가족"이다. 우리 눈에 드러나는 대부분의 가족이 이 조건에 해당되기 때문에 이러한 자격을 갖추는 것이 어렵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 "출산의 자격"을 갖춘 가족이 공공장소와 미디어에 드러난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SNS로 다른 이의 삶의 하이라이트만 모아서 보는 젊은 사람들은 눈이 높다. 이들은 "중산층"의 기준을 실제 기준보다 더 높게 잡는다. 인스타그램에 자주 보이는 "정상 가족"의 기준이 높기 때문이다. 자신이 인스타그램에서 팔로우하는 젊고 부유하고 예쁜 엄마처럼 될 수 없다면 차라리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선택을 하기가 더 쉬워졌다.

 

 

결혼해야만 출산할 수 있는 사회

 

결혼하지 않은 사람들이 낳은 아이에 관한 차별은 긴 역사를 자랑한다. 서자여서 차별받은 홍길동부터 시작해 미군의 혼혈 아이를 낳은 양공주의 역사가 있다. 이러한 차별은 건재하다. 우리나라의 혼외 출생률이 2020년 2.5%로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낮다는 사실을 통해 알 수 있다.

 

결혼하지 않으면 아이를 낳아선 안 된다는 분위기는 결혼의 장벽이 높아진 현재, 출생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게 하는 요인이다. 프랑스와 같이 결혼하지 않은 동거인이 서로에 대해 법적 권리를 가질 수 있게 보장하며, 아이를 함께 낳아 기를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출생률이 개선되리라. 아이 한 명 한 명이 아쉬운 지금 아이가 꼭 정상 가족 안에서 태어나야 한다는 기준이 무슨 소용이 있는가?

 

엄마 성을 따르는 아이, 아빠가 없는 아이, 혼혈 아이, 동성 커플 사이의 아이, 장애인의 아이를 태어나지 않게 하거나 양육을 포기하게 할 때 설득하는 근거는 이러하다. "그 아이가 받을 차별을 생각하면 부모로서 아이를 만들면/키우면 안 된다." 이 책은 우려를 가장한 차별의 목소리를 비판한다. 약자의 입장에 놓인 차별의 "피해자"의 생각을 고칠 것이 아니라 약자를 차별하는 "가해자"와 사회 구조를 고쳐야 한다고 말한다.

 

 

2) 가족이 너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남자의 입장

 

현재 결혼 적령기인 사람들은 성별 분업이 적용된 가정에서 자랐을 가능성이 높다. 성별 분업이란 남성은 외부에서 돈을 벌어오고 여성은 집안일을 하는 구조를 뜻한다. 성별 분업은 대부분의 가정에서 효용이 없음에도 오랜 기간 주류였다. 성별 분업 이념이 효과적이기 위해선 남성이 전생애 동안 소득이 높고 여성은 그런 남성과 결혼을 유지해야 한다. 만약 성별 분업을 하다 남성이 사망하거나 직장을 잃는다면 온 가족이 순식간에 가난해진다.

 

가족에게 모든 가족 구성원을 책임지도록 하는 나라에서 일부 가족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가족은 구성원의 수가 많지 않아 변화에 취약하며 가난한 가족은 서로를 부양해기 벅차 더 심한 가난의 굴레에 빠진다. 복지 정책이 부족하며 성별 분업이 주류인 국가에서 소득이 높지 않은 아버지 가장 밑에서 자란 남자라면 가장의 무게가 과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들이 가족을 이루지 않겠다는 것은 합리적인 결정이다. 자신의 아버지처럼 자신에게도 큰 부담일 것 같은 가족을 이루고 싶지 않은 것뿐이다.

 

여자의 입장

 

현대의 대한민국은 더 이상 성별 분업을 최선의 선택이라 여기지 않고 여성의 사회 진출을 장려하지만, 가사 노동의 책임을 벗겨주진 않았다. 임금 노동과 가사 노동이 여성에게 이중 부담으로 작용하는 국가의 출생률이 낮다는 연구 결과를 우리나라가 그대로 따르고 있다.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부담스럽지 않은 가족을 만들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가족각본"에서 두 가지 대안을 찾을 수 있다.

 

1) 동거를 법적으로 보호한다. "결혼에 비해 동거가 가족의무와 자녀출산에 대한 부담이 적으며, 동거 커플이 가사노동과 자녀양육을 둘이 똑같이 하는 비율이 결혼한 커플보다 월등히 높기(p.171)" 때문이다. 동거를 선택하는 것은 결혼 제도에 붙어있는 구시대의 관습을 벗어나 더 행복하고 평등한 가족을 이루겠다는 노력이다.

2) 기업에서 사람들이 돌봄에 시간을 투자할 수 있게 정책을 바꾼다. 여성과 남성 모두가 가족에 투자하는 시간을 늘려도 같은 임금을 받을 수 있어야 가정 내 불공평한 성 역할이 개선되고 가족을 이루는 것이 덜 부담될 것이다.

 

 

저자는 출생률 개선을 위해 지금처럼 "인구 정책"을 세울 게 아니라 "가족 정책"을 만들라는 제언과 함께 책을 마무리 짓는다. 우리나라가 가족 정책을 개선할 때, "비정상 가족"을 가려내는 정책을 다양성에 대한 수용의 정책으로 바꾸길 진심으로 바란다. 도덕적으로 올바른 정책이라는 이유에서만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현재 "비정상 가족"에 해당하는 국민에게도, 저출생을 우려하는 국가에게도 win-win인 전략이다. "비정상 가족"이 익숙하지 않아 불편하더라도 나라와 국민의 이득을 위해 관점을 바꿔 생각해 주길 바란다.

 

출처: yes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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