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월부터 영어 원서를 읽기 시작했다. 현재 약 8개월째 꾸준히 읽은 결과, 총 11권의 원서를 읽었다.
왜 읽기 시작했나?
나는 꽤 오랫동안 영어에 자신이 있는 사람이었다. 어릴 때부터 영어 학원을 오래 다닌 결과, 나는 내가 영어 천재인 줄 알고 학교를 다녔다. 그 결과 나는 대학교도 영어영문학과로 입학했다. 대학원에 다닐 때까지만 해도 논문을 읽어야 하니 영어와 접점이 있었으나, 취업 후에는 영어를 들을 일도, 읽을 일도 없었다. 그래도 지금껏 나의 자부심이었던 영어 실력을 놓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나의 미래가 어디로 어떻게 향할지 모르니 더 큰 기회를 잡기 위해 미리 준비하자고 생각했다.
어떤 책을 읽을지 어떻게 정했죠?
구글 수석 디자이너 김은주 님의 "생각이 너무 많은 서른 살에게"라는 책에서 힌트를 얻었다. 김은주 님은 미국에서 일하면서 영어를 공부할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고 한다. 감사하게도 책에서 영어 낭독 클럽에서 읽은 책 목록을 공유했기에 목록에서 끌리는 책부터 사서 읽기 시작했다. 내가 읽은 책은 파란색 펜으로 표시했다. 목록의 총 10권 중 무려 5권을 읽었다!
영어 원서 추천 좀
1) 비문학 총 8권을 읽었다.
추천: "Factfulness", "Outliers"
두 권 모두 한국어 번역판도 인기가 많다. 읽기 어렵지 않고 논지와 근거가 모두 뻔하지 않다.
비추천: "The subtle art of not giving a f***", "Deep work"
첫 번째 책은 너무 비속어가 많다. 원어민이 아니면 알아듣기 힘든 드립이 많고 표현이 저급하다. 무슨 말을 하려는 지도 잘 모르겠다. Deep work는 나쁘지는 않은데 뻔해서 재미가 없다.
2) 수필 2권을 읽었다.
미셸 오바마의 "Becoming"과 셰릴 샌드버그의 "Lean in" 모두 재미있게 읽었다. 직장인 여성이라면 두 권 모두 공감을 느끼며 읽을 수 있다. "Becoming"이 "Lean in"보다 훨씬 두껍고 어려운 표현이 많다. "Lean in"은 일과 관련된 본인의 경험담과 조언을 다루는 반면, "Becoming"은 미셸 오바마의 어린 시절부터 현재까지 삶의 전반을 다룬다. 수필은 저자와 나의 공감 포인트만 잘 이루어진다면 비문학보다 더 몰입해서 빠르게 읽을 수 있다.
3) 마지막으로 소설 한 권을 거의 다 읽었다.
그 유명한 위대한 개츠비! 문학은 이 책 한 권밖에 안 읽어서 추천하고 말고 할 것도 없다. 내가 10권을 읽는 동안 문학에 도전하지 않는 이유는 바로 나에게 "파리대왕" 트라우마가 있기 때문이다. 10여 년 전, 중학생 혹은 고등학생 신분의 나는 미국 유학을 1년 다녀온 뒤로 영어 자신감이 극에 달해있었다. 나의 지적 허영심에 먹이를 주기 위해 어려운 영어 책을 읽기로 했다. 그렇게 골랐던 것이 "파리대왕" 원서였는데, 참, 그렇게 어려울 수가 없었다. 모르는 단어가 너무 많았고, 고전 소설을 집필한 천재적인 작가답게 어쩜 그리 참신한 표현을 많이 쓰는지. 한국어 소설을 읽을 때는 저자의 창의성에 감탄하지만, 영어 소설을 읽을 때는 감탄은커녕 무슨 말인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이때 파리대왕 읽기를 결국 포기하고 마는데 이후 나에게 "외국어 문학은 어려운 것"이라는 인식이 박혔다.
올해 비록 비문학이 대부분이지만 영어 원서를 10권 읽고 난 후 자신감이 붙었다. 그리고 교보문고에서 구매할 수 있는 비문학 원서의 종류도 점점 줄어 더 이상 관심 있는 주제의 책이 없었다. 그렇게 위대한 개츠비를 집어 들었다. 현재 90% 이상 읽은 상태이다.
여전히 어렵다. 각양각색의 형용사와 부사는 내 머리를 어지럽게 한다. 비문학은 지양하는 ~ly로 끝나는 표현을 소설은 오히려 지향하는 듯하다. 영어 사전을 노트북에 띄워놓고 책을 읽었다. 한 페이지에 모르는 단어가 평균 2-3개 있다. 그럼에도 "위대한 개츠비"를 3일 만에 거의 다 읽었다. 너무 재미있어서 사전을 찾아야 하는 허들도 넘어서 빠르게 읽었다. 아마 10~15%는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특히 배경이나 감정을 설명하는 창의적인 표현을 이해하지 못했다. 이 책을 한 번 더 읽되, 한국어 버전을 옆에 놓고 같이 읽어볼까 생각 중이다. 이해하지 못한 표현들을 이해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그리고 앞으로는 문학을 더 많이 읽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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