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서비스기획이 다른 서비스 기획과 두드러진 차이점은 바로 기술이 준비된 정도 (TRL,Technology Readiness Level)입니다.
기술이 어느 정도로 상용화될 수 있는 수준이냐는 말이죠.
AI의 기술 준비도는 다른 기술에 비해 낮습니다.
다른 기술이 사업화 단계 (TRL 9) 라면 AI 기술을 시제품 수준인 실용화 단계 (TRL 7)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술이 그 자체만으로 가치가 있으려면 인건비를 아껴서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하거나, (단순 반복 노동 대체)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는 부가 기능을 제공해야 하는데, (ex. Youtube의 썸네일 인물 인식 기반 영상 추천) 그보다는 기술을 상용화하는데에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상황이라면 기술이 준비된 정도는 시제품 수준이라고 할 수 있죠.
기술은 R&D 단계이고, 이를 적용해야 하는 서비스는 실사용 서비스일 때 발생하는 문제와 서비스 기획자가 처리해야 하는 일을 정리해봤습니다.
1. "인간지능" 으로 처리할 일이 많아집니다.
인공지능이 정확하지 않으면, 그 오류를 사람이 바로 잡아 줘야 합니다.
제가 다루는 AI는 영상에서 인물을 인식합니다.
가끔 수염 분장을 한 사람이 많이 나오면 수염 달린 사람들을 모두 같은 사람으로 인식하곤 합니다.
그러면 사람들이 "어? 잘못 인식했잖아?"를 확인하고, 제대로 된 사람으로 바로잡아 줍니다.
틀린 결과를 서비스에 내보낼 수는 없으니까요.
기술도 제대로 인식할 수 있게 바로잡아 줘야 합니다.
오류 케이스를 정리하여 개발자에게 전달합니다.
오류가 많을수록 사람이 해야 할 일이 많아집니다.
| 검수하기 (인간지능)
잘못 인식한 인물을 사람이 검수하고, 다른 것으로 설정해줍니다.
"인간지능"이 필요하므로 검수 인력 비용이 들어가게 됩니다.
| 기술 수정하기
기술 자체를 올바른 방향으로 수정합니다.
이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오류가 발생했을 때 바로 원인을 바로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AI가 A라는 사람을 B라고 인식했을 때 그 원인이 A와 B가 닮아서인지 아니면 A를 인식하기 위한 학습 데이터에 B라는 사람의 이미지가 섞여 들어가서인지 알아내야 합니다.
만약, 학습 데이터에 잘못된 이미지가 있어서라고 한다면 그 이미지를 솎아 내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데이터 클렌징 노가다 작업도 인간이 직접 해야 합니다.
2. 소통할 곳이 많아집니다.
모든 기획자가 그렇겠지만, 소통의 늪에 빠집니다.
일반 IT 서비스가 개발자 - 디자이너 - 기획자 세 개 꼭지로 돌아간다면, AI 서비스에겐 한 꼭지가 더 있습니다.
바로 운영자입니다. (AI 결과 검수 인력)
AI의 인식 오류는 계속해서 발생합니다.
100%의 정확도를 보장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AI 인식 결과를 검수하는 운영자가 오류를 발견합니다.
운영자는 기술을 잘 모르고 기술자는 운영을 잘 모릅니다.
기획자가 그 사이에서 그들의 소통을 중재합니다.
기획자는 운영자가에 오류 상황을 전달받고, 오류 상황 분류 및 1차 원인 파악 후 개발자에게 전달합니다.
오류가 수정되고 난 후 바뀐 개발 정책에 따라 운영 정책을 바꾸고 이를 운영자에게 알려줍니다.
3. 기획과 기술의 주객전도
이 정도 되면 이런 의문이 생깁니다.
"수익성도 없고, 비용만 드는 완벽하지 않은 기술을 서비스에 적용하는 이유가 뭐지?"
그만큼 AI 기술 그 자체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국내에서 인공지능 서비스를 한다고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AI 스피커 사업일 것입니다.
AI 스피커가 사업성이 있을까요?
AI 스피커가 좋아서 따로 구매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
지금 회사가 AI 사업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기술을 선도하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물론 이 기술로 고객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죠.
이런 이유로 AI 사업을 하는 기업은 기술이 먼저, 기획이 나중입니다.
기획이 꼭 돈을 벌어다주지 않아도 됩니다.
새로운 기술을 실제로 서비스에도 적용해 "봤다"가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술에 맞춰 기획을 해야 하는 주객전도의 판이 벌어집니다.
(부록) AI서비스기획의 장점
AI서비스에 대해 안 좋은 이야기만 한 것 같은데, 장점도 있습니다.
- 앞으로 더 발전할 신기술을 미리 공부한다는 것,
- 신규 서비스를 선도 기획해볼 수 있다는 R&D 차원의 좋은 경험들이 있습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실제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서비스를 기획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죠.
현재는 기획에 맞춰 기술이 개발되기 어려운 실정이다 보니 기술에 기획을 끼워 맞춰 나가야 합니다.
앞으로 기술이 발전할 수록 더욱 멋진 서비스가 나오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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