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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창고/🧑🏻‍🎨 그림 일기

지금 제주돌고래가 파도를 넘고 있다

by 림뽀 2022.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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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제주돌고래가 파도를 넘고 있다

 

대도시인 도쿄에서 전철을 타고 가며 혼잡한 인파 속에서 시달릴 때 문득 홋카이도에서 서식하는 불곰이 머릿속을 스쳤다. 내가 도쿄에서 생활하는 그 순간에, 같은 일본 하늘 아래서 불곰이 숨 쉬고 있다. 확실히 지금 어딘가의 산에서 불곰 한 마리가 쓰러진 나무를 타고 넘어 힘차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을 것이다. 그 사실이 너무나도 신기했다. ... _호시노 미치오, '긴 여행의 도중' (2019, 엘리)

나는 지칠 때면 속으로 이렇게 말하곤 했다. '지금 어디선가 고래가 숨 쉬고 있다! 지금 고래가 제 할 일을 하고 있다.' 그리고 고래처럼 깊게 숨을 쉰다. '나는 너와 함께, 너처럼 힘을 낼 거야' 고래처럼 물 밖으로 솟구쳐 태양을 향해 뛰어오를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 정혜윤의 "아무튼 메모" 중

 

나의 걱정과 고민, 부정적인 감정들은 자연 속에서 얼마나 작고 무의미한지. 나와 상관없이 자연은 순리대로 흘러간단 사실이 안정감을 준다. 같은 시간의 다른 하늘 아래선 180도 다른 풍경이 펼쳐져 있단 사실이 위안이 된다.

 

나도 힘이 들고 불안할 때 제주도의 바다를 장난스럽게 가르던 돌고래 떼를 떠올리겠다. 따뜻한 날씨, 해가 지는 핑크빛 하늘, 얕고 맑은 바닷가에서 2-3개로 무리로 나뉘어 어디론가 헤엄쳐 가는 돌고래 떼는 지금껏 본 동물 중에 가장 자유로워 보였다. 그만큼 완전한 풍경을 다시 볼 수 있을까. 힘들 때 그들을 떠올리자. 내가 도시의 숲에 막혀 컴퓨터 화면만 들여다보는 그 순간에도 돌고래는 제주도 바다에서 파도를 타고 넘어 힘차게 앞으로 나가고 있음을.

 

22.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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